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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정보
감독 : 데스틴 크리튼
출연 : 톰 홀랜드, 젠데이아 콜먼, 세이디 싱크 등
개봉 : 2026.07.29
러닝타임 : 145분

MCU 스파이더맨 실사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자, 톰 홀랜드가 연기해 온 피터 파커의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번 작품은 전작《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피터가 선택한 대가를 출발점으로 삼는다. 모두의 기억에서 자신을 지워버린 뒤 홀로 남겨진 피터는 이제 누구의 도움에도 기대지 않고 자신의 삶과 영웅으로서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한다.
그래서 이번 영화는 단순히 새로운 악당과 싸우는 스파이더맨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모든 관계를 잃어버린 한 사람이 어떻게 다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 이야기에 가깝다고 느꼈다.
《노 웨이 홈》이 남긴 선택, 그리고 홀로 남겨진 피터
톰 홀랜드의 피터 파커는 처음부터 완성된 영웅이 아니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그는 아이언맨이라는 거대한 존재의 영향 아래에서 성장해 왔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배웠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토니 스타크가 남긴 유산의 무게를 감당해야 했다. 그리고 《노 웨이 홈》에서는 마침내 자신의 정체성과 주변 사람들의 안전을 맞바꾸는 선택을 한다.
피터는 자신의 정체가 세상에 알려진 뒤 벌어진 혼란을 되돌리기 위해 모두의 기억에서 자신에 대한 기억을 지워달라고 부탁한다. 그 결과 가장 사랑했던 사람도, 가장 가까웠던 친구도 더 이상 피터 파커를 기억하지 못한다.
스파이더맨이라는 이름은 남았지만, 그 이름을 함께 나눌 사람은 사라진 것이다.
이번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피터에게 남은 것은 영웅으로서의 책임과 자신만 알고 있는 과거의 기억뿐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하던 소년은 이제 정말 혼자가 됐다.
거미에게 물린 소년에서, 껍질을 벗는 남자로
이번 영화에서 피터의 몸에 나타나는 변화는 흥미로운 방식으로 어린 시절의 스파이더맨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나 역시 어릴 때 스파이더맨을 처음 봤던 기억이 있다. 그게 영화였는지 TV에서 방영된 작품이었는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른 내용은 거의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한 가지 장면만큼은 지금도 선명하다. 평범한 사람이 거미에게 물린 뒤 몸에 이상한 변화가 나타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에게는 없던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모습이었다.
어린 시절에는 그 설정이 그저 신기했다. 평범한 소년이 우연히 거미에게 물리고, 그 결과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번 영화를 보면서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이번 작품에서 피터는 자신의 몸에 나타난 변화와 싸운다. 거미의 특성이 지나치게 강해지면서 자신의 힘을 제대로 통제하기 어려워지고, 몸 자체가 이전과 달라지기 시작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변화가 단순한 능력의 업그레이드로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거미는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 허물을 벗는다. 익숙했던 껍질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나오는 동안에는 오히려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보호해 주던 익숙한 껍질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다.
피터 파커의 상황과 겹쳐 보이면서 이번 영화의 설정이 조금 더 의미 있게 다가왔다.
피터 역시 자신이 알고 있던 삶을 벗어나야 한다. 가족처럼 생각했던 사람들과 친구를 잃었고, 과거의 관계도 되돌릴 수 없다. 이제는 아이언맨의 후계자라는 이미지에서도 벗어나야 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던 소년의 모습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그 과정은 당연히 편할 수 없다.
성장에는 익숙한 것을 버리는 순간이 필요하고, 그 순간 사람은 가장 외로워진다. 그런 의미에서 피터의 신체적 변화와 거미의 탈피는 단순한 설정을 넘어 성장통을 보여주는 은유처럼 읽힌다.
어린 시절에는 거미에게 물려 스파이더맨이 된다는 이야기가 신기했다면, 이제 어른이 되어 바라본 스파이더맨의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이번에는 거미가 피터에게 능력을 주는 존재를 넘어, 피터가 어떤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처럼 느껴진다.
아쉬운 지점, 사라진 '가난한 청년'이라는 정체성
다만 이번 작품에서 아쉬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
1962년 스탠 리와 스티브 딧코가 처음 스파이더맨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 이 캐릭터가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거미의 능력을 가진 히어로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외계에서 온 신적 존재도 아니고 재벌도 아닌, 월세와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평범한 청년이 슈퍼히어로라는 설정이었다.
가면을 벗으면 누구나 주변에서 한 번쯤 마주쳤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 스파이더맨의 중요한 매력이었다. 학교생활과 인간관계, 돈 문제와 책임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모습에 많은 관객이 자신을 대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영화 속 피터는 상당히 다른 모습으로 그려진다.
최신 장비를 갖춘 작업실에서 자신의 능력을 연구하고 새로운 장비를 만들어내는 피터의 모습에서는 과거 스파이더맨 특유의 궁핍함이 상대적으로 희미해졌다.
물론 이것은 톰 홀랜드의 피터가 여러 편의 영화를 거치며 성장한 결과이기도 하다. 아이언맨의 영향을 받았던 피터가 이제는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변화가 있다.
결국 이번 영화는 피터에게서 아이언맨의 흔적을 지우는 동시에, 그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 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스파이더맨 특유의 '평범한 청년이 힘든 현실 속에서도 영웅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 희미해진 것은 아쉽다.
액션 연출, 초반의 웹스윙이 남긴 아쉬움
액션은 장점과 아쉬움이 함께 보인다.
특히 초반에 등장하는 웹스윙 장면은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높은 건물 사이를 거미줄 하나에 의지해 오가며 몸을 던지는 움직임은 다른 히어로에게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스파이더맨만의 액션이다.
스파이더맨의 액션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적을 강하게 때리는 것이 아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하고, 거미줄을 이용해 방향을 바꾸고, 자신의 몸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움직임 자체가 캐릭터의 정체성이다.
그런 점에서 초반의 웹스윙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아쉬운 것은 이런 매력이 영화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약해진다는 점이다. 이후의 액션이 근접 격투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스파이더맨만의 독특한 움직임이 조금씩 희미해진다.
물론 박진감 자체는 충분하지만, 다른 히어로 영화에서도 볼 수 있는 격투 액션과 스파이더맨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 사이에서 조금 더 후자에 집중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새로운 스파이더맨'이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이전 작품들처럼 거대한 세계관과 화려한 히어로 액션만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다.
이번 영화에서 더 중요하게 느껴지는 것은 피터 파커가 무엇을 잃었고, 그 상실을 어떻게 견디면서 다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가 하는 문제다.
그는 더 이상 아이언맨의 도움을 받던 소년이 아니다.
그렇다고 과거의 모든 관계를 되찾을 수도 없다.
결국 피터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피터의 변화는 단순한 초능력의 변화가 아니다. 익숙했던 껍질을 벗고 새로운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과정이다.
어릴 때 내가 기억했던 스파이더맨은 거미에게 물려 특별한 능력을 얻은 소년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바라보는 스파이더맨은 조금 다르다.
스파이더맨이 된다는 것은 특별한 힘을 얻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가진 채 어떤 사람으로 살아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에 더 가깝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화려한 액션보다 홀로 남겨진 피터가 다시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모습이다.
세상에서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이 사라졌더라도 스스로 자신의 존재를 포기하지 않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번 영화가 말하는 진짜 '브랜드 뉴 데이', 새로운 하루인지도 모른다.
이 글은 영화 관람 후 개인적인 감상과 해석을 정리한 리뷰입니다.

